백종원 방송활동 중단 선언 이유는?...지금까지 논란 총 정리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습니다."
2025년 5월 6일,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세 번째 사과문을 유튜브 채널에 올리며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영상 속 그는 단정한 검은 정장을 입고 앉아 “이제 방송인이 아닌 기업인 백종원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 셰프, 프랜차이즈의 신화, 골목 상권의 구원자로 불리던 그의 이미지가 수많은 논란과 함께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과문 3회’로 드러난 위기 의식
그의 사과문은 단순히 한 번의 실수를 정리하려는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올 들어서만 3번째, 그는 점점 강도 높은 톤으로 책임을 자처했습니다. 첫 번째 사과문에서는 축제 현장의 위생 문제에 대해 “불찰이었다”고 짧게 언급했지만, 두 번째에서는 가맹점주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과문에서는 방송 중단, 경영 전념, 제2 창업 원년 선언까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과문들이 나오기까지, 그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여러 갈래로 퍼져 있었습니다.
1. 제품 품질 및 원산지 표기 논란
더본코리아가 직접 생산한 가공식품 ‘빽햄’은 SNS와 커뮤니티에서 “고기 함량이 적다”, “단가 대비 맛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여기에 일부 제품에서 원산지 표기가 모호하거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기되어,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렸습니다.
특히 “믿고 먹는 백종원표”라는 브랜드 신뢰에 기대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신감이 퍼졌고, 이는 단순한 품질 이슈를 넘어 ‘브랜드 리스크’로 확산되었습니다.
2. ‘농약통 주스’ 사건 – 축제에서 드러난 위생 인식의 빈틈
2023년 11월, 충남 홍성군의 지역 축제에서 농약 분무기에 주스를 담아 제공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식품위생법 위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축제는 더본코리아가 협력한 행사였으며, 백 대표는 논란 직후 “철저히 점검하지 못한 제 책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현장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과연 브랜드로서의 철학이 현장에까지 잘 전달되고 있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3. 가맹점 운영 방식과 ‘진짜 상생’에 대한 의문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적 민감 지점은 언제나 가맹점주와 본사 간의 관계입니다. 더본코리아는 가맹비와 로열티를 낮추는 대신 물류 강제, 특정 재료 사용 의무화, 배달 수수료 전가 등으로 수익을 확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2024년부터 이어진 외식업 불황과 배달앱 수수료 상승이 맞물리며, 일부 점주들은 본사의 운영방식이 실질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백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가장 가슴 아픈 건 가맹점주의 절박한 목소리”라며, 50억 원 규모의 지원안과 3개월 로열티 면제를 발표했습니다.
4. 예산시장 ‘사과당’ 논란과 지역 상권 침투
골목상권 활성화 프로젝트의 상징으로 출발한 ‘예산시장’ 사업은, 시간이 흐르며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으로 변질됐습니다. 특히 예산시장에 새로 문을 연 디저트 브랜드 ‘사과당’이 기존 디저트 가게들과 직접 경쟁하며 “지역을 살린다더니, 되레 죽인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로 인해 “백종원의 지역상권 프로젝트는 진정한 상생인가, 브랜딩을 위한 포장인가”라는 근본적 회의가 터져 나왔습니다.
5. 공공자금 수혜 논란 – 군산 외식타운 70억 지원
백 대표가 설계한 군산 외식 콘텐츠타운 프로젝트에는 군산시가 7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공공 예산이 특정 민간 기업의 브랜딩에 사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과연 이것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라는 의문이 따라붙었습니다.
“겸손을 잃고, 사랑을 당연시했다”
세 번째 사과문에서 백 대표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더 겸손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장은, 그간의 논란이 단순한 실수의 연속이 아니라 시스템, 태도, 리더십 전반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임을 시사합니다.
그는 더본코리아를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고, 현장을 돌며 구조 개편, 위생 재정비, 공급 체계 점검 등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신뢰는 단지 말이 아닌 ‘시간’과 ‘결과’로 회복될 것입니다.
백종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는 “방송인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이미 백종원이라는 이름은 브랜드를 넘어 문화의 일부가 된 인물입니다. 문제는 이 브랜드가 가진 공공성, 신뢰감, 영향력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빠르게 복원할 수 있느냐입니다. 과거를 교훈 삼겠다는 선언이 진심이라면, 그의 다음 선택은 더욱 투명하고, 겸손하며, 시스템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른바 ‘셰프 백종원’이 아니라, ‘기업인 백종원’으로서 진짜 시험대에 오른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