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가' 세계 각국 가사 비교와 역사적 맥락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여. 굴레를 벗어던지자!”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혁명의 노래 **‘인터내셔널가(L’Internationale)’**는 시대와 국가, 언어를 초월해 노동자와 피억압자들의 연대와 해방을 외치는 상징이자, 역사상 가장 널리 번역된 정치 노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각국의 ‘인터내셔널가’는 같은 멜로디를 공유하지만, 다른 단어, 다른 역사, 다른 목소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저 번역이 아니라, 각국의 **정치 현실과 운동의 맥락에 맞게 새롭게 구성된 ‘자국화된 투쟁가’**인 셈입니다.
이제 프랑스 원곡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까지, 세계 각지에서 불린 '인터내셔널가'의 목소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1. 프랑스: 원조 '인터내셔널'의 뿌리
- 작사: 외젠 포티에 (1871년, 파리 코뮌 직후)
- 작곡: 피에르 드제이테르 (1888년)
- 정서: 분노, 저항, 무신론, 직접 행동
“Debout, les damnés de la terre / Debout, les forçats de la faim”
(일어나라, 이 땅의 저주받은 자들이여 / 굶주림의 죄수들이여)
프랑스 원곡은 왕정과 교회, 자본가 계급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핵심입니다. 무신론적 색채와 폭력 혁명 정서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사회주의 이념의 직접적인 표현이 특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rfOgrZm6w8
2. 미국: 자유와 평등의 꿈을 담은 해석
- 번역 시기: 1900년대 초 미국 사회당과 노동조합 중심
- 정서: 시민적 자유, 인권, 억압에 대한 저항
“Arise, ye workers from your slumber / Arise, ye prisoners of want”
(일어나라, 잠든 노동자여 / 궁핍의 죄수들이여)
미국판은 격렬한 계급투쟁보다 인권 회복과 정의 실현의 어조가 강조됩니다. 폭력보다 개혁, 시민권과 연대가 주요 키워드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kTNQjq0g7c
3. 독일: 계급투쟁의 불꽃
- 번역 시기: 1870~80년대 독일 사회민주주의(SPD) 운동과 함께 확산
- 정서: 조직된 계급투쟁, 철저한 반자본주의
“Wacht auf, Verdammte dieser Erde / Die stets man noch zum Hungern zwingt”
(일어나라, 이 땅의 저주받은 자들이여 / 굶주림에 내몰린 이들이여)
독일어판은 조직, 투쟁, 계급, 단결이 반복되며, 이념적으로 매우 뚜렷하고 전투적인 가사 구조를 가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3KOT5Cu-eg
4. 러시아: 혁명국가의 국가였던 노래
- 사용 시기: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 1944년까지 소련 국가로 사용
- 정서: 체제 전복, 인민 해방, 볼셰비즘
“Вставай, проклятьем заклеймённый / Весь мир голодных и рабов!”
(일어나라, 저주받은 자여 / 굶주림과 노예의 세계여!)
러시아어 버전은 가장 급진적이며 혁명적입니다. 볼셰비키 혁명의 공식가로 사용되었고, 스탈린 치하의 공식 국가이기도 했습니다.
5. 중국: 대륙을 흔든 민중의 노래
- 번역 시기: 1920년대 마르크스주의 확산기
- 정서: 계급해방, 농민혁명, 민족 독립
“起来,饥寒交迫的奴隶!起来,全世界受苦的人!”
(일어나라,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고통받는 노예여!)
중국에서는 특히 농민과 노동자를 계몽하고 조직하는 데 쓰였고, 마오쩌둥 시대의 대중운동과 문화대혁명에서 대중가요로 불렸습니다.
6. 일본: 서정적 저항의 형태
- 번역 시기: 1920년대 일본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번역
- 정서: 억눌림, 단결, 고통의 정서화
“立て飢えたる者よ / 今ぞ日は近し”
(일어나라, 굶주린 자여 / 이제 그날이 다가온다)
일본어판은 시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이 많으며, 주로 반전운동이나 학생운동에서 다시 불리며 재조명되었습니다.
7. 대한민국: 해방과 저항, 두 겹의 의미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지자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를 펼칠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해(후렴)
들어라 최후 결전
승리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아래 서라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또 전진!
김정환 시인이 1989년에 번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계급해방, 민중연대, 자주적 혁명 의지를 담고 있으며, 민중가요 특유의 서정성과 의지가 강조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Z1L-wUY_0M&t=3s
🔍 비교 요약
프랑스 | 저주받은 자, 무신론, 혁명 | 급진적 혁명 | 원곡 |
미국 | 자유, 인권, 정의 | 시민권 강조 | 온건한 해석 |
독일 | 계급, 조직, 투쟁 | 전투적 사회주의 | SPD, KPD 계열 중심 |
러시아 | 전복, 민중, 해방 | 혁명적, 국가찬가 역할 | 소련 국가로 사용됨 |
중국 | 노예, 고통, 단결 | 민중주의, 농민해방 | 문화대혁명 시기 대중화 |
일본 | 굶주림, 시적 저항 | 서정적 좌파 | 학생·반전운동과 연결됨 |
한국 | 노동자, 민중 해방, 억눌림 | 민중해방 | 서정성과 의지 |
🎵
‘인터내셔널가’는 멜로디는 같지만, 각 나라의 시대적 상처, 사회적 갈망, 정치적 현실을 반영해 서로 다른 언어로 번역된 혁명의 교향곡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이 노래는 단순한 혁명가를 넘어, 식민지 저항, 해방운동, 민주화 투쟁,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낸 서사적 기념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