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처음 배우던 시절, 나는 단순히 기타가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바디 모양이 다를 수도 있고 색깔이 다를 수도 있지만, 결국 기타는 기타 아닌가? 그러나 어느 날, 친구가 내 기타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 기타가 싱싱싱이네?"
그때 나는 이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싱싱싱? 무슨 뜻일까? 마치 요리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기분 좋은 감탄사 같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는 설명을 덧붙였다.
"네 기타는 싱글코일 픽업이 세 개라서 그래. 그러니까 '싱싱싱'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날 이후 이 작은 장치 하나가 기타의 성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싱싱싱(S-S-S): 맑고 선명한 청명함
싱싱싱은 싱글코일 픽업(Single Coil Pickup)이 세 개 장착된 기타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Fender Stratocaster)'다. 싱글코일 픽업은 1950년대부터 사용된 가장 기본적인 픽업 중 하나인데, 한 개의 코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명하고 깨끗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싱글코일의 매력은 바로 ‘투명한 톤’이다. 소리를 내면 높은 음역대가 빛나며, 깨끗하면서도 경쾌한 울림을 준다. 그래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는 에릭 클랩튼, 지미 헨드릭스, 잉베이 맘스틴, 존 메이어 같은 블루스 및 록 기타리스트들에게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구조 때문에 노이즈(잡음)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싱글코일은 전자기파 간섭을 쉽게 받기 때문에 증폭을 높이면 험(Hum, 윙윙거리는 소음)이 생긴다. 그래서 싱글코일 픽업을 사용할 때는 앰프의 게인을 너무 올리지 않거나, 노이즈 억제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코일 픽업의 깨끗한 톤은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사랑하는 이유다.
험험(H-H): 파워와 두툼한 울림
그러다가 나는 친구의 기타를 쳐보고 깜짝 놀랐다. 내 기타와는 완전히 다른, 강력하고 두툼한 사운드가 나왔다.
"이거 뭐야? 완전 무겁고 힘이 넘치네!"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험험이지. 험버커 픽업 두 개!"
험험(H-H)은 험버커 픽업(Humbucker Pickup)이 두 개 장착된 구성을 말한다. 험버커는 싱글코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픽업으로, 두 개의 코일을 사용하여 노이즈를 상쇄하는 구조다. 그래서 이름도 ‘험(Hum)을 버커(Bucker)한다’, 즉 잡음을 없앤다는 뜻이다.
험버커 픽업은 소리가 두껍고 강력하다. 게인을 올려도 노이즈가 적고, 미드레인지가 풍부해 강렬한 록, 메탈, 하드록 사운드에 적합하다. 그래서 깁슨 레스폴(Gibson Les Paul)이나 PRS(Paul Reed Smith) 같은 기타들이 험버커 픽업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험버커 픽업의 대표적인 사용자는 바로 슬래시, 지미 페이지, 잭 와일드 같은 하드록 기타리스트들이다. 이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톤이 기타에서 뿜어져 나오는데, 그 핵심이 바로 험버커 픽업이다.
험싱험(H-S-H): 균형 잡힌 만능 플레이어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기타 매장에서 새로운 타입의 기타를 발견했다.
"이건 뭐지? 싱싱싱도 아니고, 험험도 아니고..."
직원이 다가와 설명해 주었다.
"이건 험싱험(H-S-H)이야. 험버커-싱글코일-험버커 픽업 조합이지."
이 조합은 험버커의 강력함과 싱글코일의 청명함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세팅이다. 험버커로 강한 드라이브 톤을 만들고, 싱글코일로 깨끗한 클린 톤을 연주할 수 있어 다양한 장르에 적합하다.
험싱험 구성은 특히 스티브 바이, 존 페트루치, 조 새트리아니 같은 테크니컬한 기타리스트들이 애용한다. 이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한 곡 안에서도 다양한 톤이 섞여 나오는데, 이는 험싱험 픽업 덕분이다.
어떤 픽업이 가장 좋을까?
- 싱싱싱(S-S-S) → 깨끗하고 선명한 톤, 블루스와 펑크, 클린한 리듬 연주에 적합
- 험험(H-H) → 묵직하고 강한 톤, 하드록과 메탈에 적합
- 험싱험(H-S-H) → 다양한 톤을 활용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조합
결국 어떤 픽업이 가장 좋냐는 질문은 어리석다. 어떤 스타일을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연주 스타일과 톤의 취향에 맞는 픽업을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