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만 한복판, 물안개가 자욱한 파도 위로 홀로 솟아 있는 작은 섬. 그곳엔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였던 앨커트래즈(알카트래즈, Alcatraz)가 있다. ‘더 락(The Rock)’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한때 미국 내에서도 가장 흉악한 범죄자들이 갇히던 고도 보안 연방 교도소였지만, 이제는 매년 120만 명 이상이 찾는 인기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과거의 감옥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명소가 되었을까?

전설의 감옥, 앨커트래즈
알카트래즈는 1850년대 미군 요새로 처음 사용되었고, 1909년부터 군 교도소로 활용되다가 1934년 미국 연방정부가 고도 보안 교도소로 공식 개장하면서 본격적인 ‘지옥의 섬’ 역사가 시작됐다. 교도소는 육지에서 2km 이상 떨어져 있고 차가운 조류가 강한 샌프란시스코만 한가운데 위치해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절대 탈출 불가’의 이미지를 가졌다.
여기엔 20세기 초반 미국의 전설적인 갱스터 알 카포네(Al Capone), 강도왕 조지 켈리, 살인범 로버트 스트라우드 등 흉악범들이 수감되었고, 이들 덕분에 알카트래즈는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1962년의 ‘프랭클린 모리스와 앵글린 형제 탈출 사건’은 탈출 불가능하다는 전설에 균열을 낸 역사적인 순간으로, 지금도 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알카트래즈는 운영 비용이 너무 높고 시설 유지가 어려워 결국 1963년 3월 문을 닫았다. 그 이후 몇 년간 방치되다 1972년 미국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에 의해 국립공원 체계에 편입되었고, 1973년부터 일반 관광객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감옥보다 더 생생한 체험, 관광지 알카트래즈
오늘날의 알카트래즈는 과거의 잔혹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 역사성과 미스터리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명소가 되었다.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투어는 매우 인기가 많으며, 특히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된 ‘셀하우스(Cellhouse) 투어’는 관람객들에게 실제 수감자와 교도관의 음성을 들려주며 그 시절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교도소 내부엔 독방, 감시탑, 식당, 샤워실 등이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실제 감옥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또 바깥으로 나가면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들이 많아 사진 명소로도 인기다.
특히 야간 투어(Night Tour)는 스릴과 역사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조명이 어스름한 상태에서 들려주는 ‘유령 이야기’와 ‘미스터리 탈옥’ 해설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알카트래즈 섬은 개인이 직접 배를 타고 들어갈 수는 없으며, 반드시 지정된 관광 페리를 이용해야 한다. 페리는 샌프란시스코 피어 33(Pier 33) Alcatraz Landing에서 출발하며, Alcatraz City Cruises가 유일한 공식 운영사다.
- 운영 시간: 오전 8시~오후 6시 (야간 투어는 별도 예약)
- 소요 시간: 왕복 포함 평균 3시간~4시간
- 요금: 성인 기준 약 $45~50 (오디오 가이드 포함)
- 예약 방법: www.alcatrazcitycruises.com에서 사전 예약 필수
성수기에는 한 달 이상 전부터 매진되므로, 최소 2~3주 전에는 예약하는 것이 좋다.

감옥 너머의 역사와 의미
알카트래즈는 단순한 감옥이 아니라 미국의 사회적 모순, 범죄와 처벌의 역사, 그리고 교정의 이상과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인디언 권리 운동(Indian Occupation of Alcatraz, 1969~1971)의 역사도 함께 담고 있어, 그저 자극적인 감옥 관광지를 넘어서 사회 교육적 가치도 가진 공간이다.
영화 ‘더 록(The Rock)’과 ‘이스케이프 프롬 알카트래즈(Escape from Alcatraz)’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과거의 어두움을 마주하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정의와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