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creep, I'm a weirdo…”
이 한마디로 시작된 충격과 몰입.
90년대 초반, 다들 그런 줄 알았지. ‘Radiohead? 걔네 그 Creep 부른 밴드잖아.’
근데 말이지, 이 친구들… Creep에 머무를 밴드가 아니었어. 그들은 아예 ‘록’이라는 울타리 자체를 부숴버렸어.
옥스퍼드의 친구들, 반항과 외로움으로 뭉치다
Radiohead는 1985년 영국 옥스퍼드의 고등학교에서 만난 다섯 친구로 시작됐어.
Thom Yorke, Jonny Greenwood, Ed O'Brien, Colin Greenwood, Phil Selway.
고등학교 땐 밴드 이름이 On a Friday였지. 왜냐고? 금요일마다 연습했거든. 순수하잖아.
근데 대학 가고 나서도 음악을 놓지 않더니, 결국 1992년 EMI랑 계약하면서 이름을 Radiohead로 바꿨어.
Talking Heads 노래에서 따온 거였어.
‘Creep’의 폭발과 부담
1993년 첫 앨범 Pablo Honey.
앨범 두번째 곡으로 실린 Creep이 미친 듯이 터졌어. MTV며 라디오며 난리도 아니었지.
“넌 특별하지 않아. 넌 그냥 괴짜야.”
이런 가사에 세상 수많은 ‘루저’들이 위로받았어. 근데 말이지, 문제는 그거였어.
너무 빨리, 너무 크게 터졌다는 거. 그 이미지에 갇히는 게 싫었던 Thom Yorke는 이후로 Creep 부르길 꺼렸고,
그 노래 자체가 Radiohead의 짐이 돼버렸지.
‘The Bends’ – 멜로디와 감성의 정교한 폭발
1995년, 두 번째 앨범 The Bends에서 드디어 진짜 Radiohead가 고개를 들었어.
Fake Plastic Trees, High and Dry, Street Spirit (Fade Out)
이 노래들 들으면 알 거야.
아, 얘네는 진짜 음악 하는 애들이구나.
스트링 사운드, 공간감, 벅차오르는 멜로디.
Thom의 보컬은 그냥 부르는 게 아니야. 울부짖는 거야.
멜로디가 애절하고, 가사는 외롭고, 편곡은 섬세했지.
OK Computer – 록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순간 중 하나
1997년, Radiohead는 OK Computer를 내놔.
이건… 설명이 필요 없어.
‘진짜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이 인생 앨범으로 꼽는 작품.
Paranoid Android, Karma Police, No Surprises, Exit Music (For a Film)
이 네 곡만으로도 20세기 후반 록의 흐름을 바꿔놨지.
기계화된 인간 사회, 감정의 소멸, 불안정한 미래
이런 걸 예술적으로, 또 실험적으로 풀어낸 거야.
특히 Paranoid Android는 길이도, 전개도 완전 프록레시브 락이야.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의 유산을 이은 ‘예술적 록’의 계보에 정확히 꽂혔지.
Kid A – 전통적인 록을 완전히 거부한 앨범
2000년, Kid A
이건 한마디로 ‘락의 해체 선언’이었어.
전자음악, 앰비언트, 실험음향, 비트 해체, 보컬 왜곡…
기타는 거의 실종되고, 보컬은 로봇처럼 느껴졌어.
이게 대중적으로도 대박을 쳤다는 게 진짜 미스터리야.
아무도 이해 못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평단과 팬들한테 극찬받았지.
그때부터 Radiohead는 ‘밴드’가 아니라 ‘현상’이 돼버렸어.
공연에서의 카리스마, 그리고 Jonny Greenwood의 기타 실험
Radiohead 공연은 조용하면서도 압도적이야.
특히 Jonny Greenwood. 이 친구는 기타에 무슨 라디오 수신기, 이펙터, 오실레이터… 별걸 다 붙여.
그 소리 하나로 공연장이 환각 상태가 돼.
그리고 Thom Yorke의 무대 위 존재감.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노래 부르지 않아도 뭔가 찡하게 와.
그게 바로 예술가의 아우라.
In Rainbows –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놀래키다
2007년 In Rainbows는 또 다른 전환점이었어.
이 앨범은 아예 가격 없이 인터넷으로 뿌렸지.
“너희가 원하는 만큼만 내.”
음악 산업 자체에 중지를 날린 거야.
내용도 좋았어. Nude, Reckoner, Weird Fishes/Arpeggi
멜로디는 서정적이고, 사운드는 촘촘하고, 감정은 오히려 더 짙어졌지.
Thom Yorke와 밴드의 각자 행보
Radiohead는 늘 함께하면서도, 각자 음악 작업도 활발했어.
Thom Yorke는 솔로 앨범과 Atoms for Peace라는 프로젝트 밴드로 활동했고,
Jonny Greenwood는 영화음악계로 진출해서 There Will Be Blood, The Master 등
영화음악으로도 아카데미에 가까이 간 천재가 됐지.
그들의 음악은 록을 넘어서 클래식, 전자, 재즈까지 뻗어갔어.
‘밴드’라는 말이 오히려 좁아 보일 정도야.
아재가 추천하는 Radiohead 플레이리스트
- Creep – 전 세계 루저들을 대변한 명곡.
- Fake Plastic Trees – 가짜 세상 속 진짜 감정.
- Street Spirit (Fade Out) – 어둡고 슬픈 아름다움.
- Paranoid Android – 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
- Karma Police – 정의와 통제, 그리고 무너짐.
- No Surprises – 예쁜 멜로디와 공허한 가사.
- Idioteque – 전자음악과 공포의 결합.
- Nude – 벗겨낼수록 깊어지는 감정.
- Reckoner – 아름다움과 쓸쓸함의 정점.
- Daydreaming – 시간이 멈춘 듯한 피아노 드림.
Radiohead는 우리에게 묻는다, “진짜 음악이란 뭘까?”
Radiohead는 유행을 따르지 않았어.
그들은 늘 먼저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답을 음악으로 실험했지.
그래서 어렵고 낯설고 때로는 멀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 실험 속에서 우리는 진짜 감정을 찾게 되더라.
이건 단지 밴드 이야기가 아니야.
한 시대를 고민하고 반항한, 예술가들의 기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