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준비하거나 초기 임산부라면 빠짐없이 챙기는 영양소, 바로 **엽산(Folic Acid)**입니다.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막는 데 효과가 입증되어 있어 산부인과에서는 꼭 복용하라고 권장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엽산의 과다 섭취가 특정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무조건적인 복용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 알로 생명을 지킬 수도 있지만, 잘못 먹으면 되레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엽산, 왜 임산부에게 중요할까?
엽산은 비타민 B9의 일종으로, DNA 합성과 세포 분열, 적혈구 생성에 꼭 필요한 성분입니다. 특히 태아의 신경관 결손(척추이분증, 무뇌증 등)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임신 전후 여성은 반드시 복용이 권장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전 1개월부터 임신 후 3개월까지 400μg의 엽산을 매일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는 여러 나라에서 임산부 영양 가이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암세포와 연관된 걸까?
문제는 엽산이 정상 세포뿐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엽산은 세포 증식에 필수적인 성분이기 때문에, 암세포와 같이 활발히 분열하는 세포에게도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 Prevention》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엽산을 장기간 고용량 복용한 사람들에서 일부 전립선암, 대장암, 유방암 등의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발견됐습니다. 특히 **합성 엽산(folic acid)**을 보충제로 섭취한 경우, 체내에서 비활성 형태로 축적될 수 있고, 이 상태가 암세포의 성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됩니다.
또한, 2018년 네이처 리뷰(Nature Reviews)에서는 “엽산 과잉 상태는 미세 환경 내에서 암세포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히며, 고용량 보충제 사용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권장 섭취량을 반드시 지켜야
대한영양학회 기준 성인의 엽산 권장 섭취량은 400μg, 임산부는 600μg, 수유부는 500μg입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일부 보충제는 800μg 이상 또는 복합비타민으로 구성돼 일상식사 + 보충제를 함께 복용할 경우 상한 섭취량인 1,000μg을 초과할 수 있습니다.
과잉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암세포 성장 위험 증가
- 신경과민, 불면, 위장장애
- 비타민 B12 결핍을 감출 수 있음 → 이는 장기적으로 신경계 손상 위험으로 이어짐
임산부만 챙기면 되는 걸까?
엽산은 임산부 외에도 빈혈 환자,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 위장 질환자, 노인층에게도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다만, 이 역시 필요량에 따라 의료진의 처방 아래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가족력에 암 이력이 있거나, 위장관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엽산 보충제 복용 여부를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결론: 엽산, 필요하되 ‘정량’을 지켜야 안전
엽산은 분명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며, 특히 임신 계획 중이거나 초기 여성에게는 생명을 지키는 비타민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만 믿고 장기 복용하거나 과량 섭취하는 것은 되레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입니다.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지를 먼저 점검하고, 권장량을 지켜 똑똑하게 섭취하는 것이 건강의 첫걸음입니다.
본 콘텐츠는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