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태어난 헤비 메탈, 블랙 사바스의 전설
영국 버밍엄은 ‘세계 최초의 공업 도시’라 불릴 정도로 산업혁명을 통해 과학, 기술, 경제적인 발전을 이룬 도시야. 하지만 2차대전 당시 1940년 여름부터 1943년 봄까지 독일군의 대규모 공습을 받았어. 버밍엄 대공습이라고 부르지. 도시는 파괴되었고, 버밍엄은 그야말로 삭막한 도시였어. 전쟁이 끝난 뒤 재건작업이 이루어지면서 각종 공장과 제철소가 생겨나게 돼.
회색빛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거리에는 기계 소음이 끊이지 않았지.
주민들은 대부분 배운 것 없는 블루칼라 노동자였어. 청소년들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고 공장에 취직하기도 했어. 쇠를 두드리고 용접하는 일이 일상이었고, 음악 같은 건 사치에 불과했지. 하지만 그런 현실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소년들이 있었어.
기타리스트의 손가락이 잘려버렸다
토니 아이오미도 그런 소년 중 한 명이었어. 15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취직했지. 낮에는 기계를 돌리고 밤에는 기타를 연주하며 블루스 밴드를 결성해 연습했어. 음악은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였지. 하지만 운명은 가혹했어.
어느 날, 평소처럼 공장에서 일하던 중 사고가 터졌어. 프레스 기계에 손이 끼어버린 거야. 오른손 검지와 중지 끝이 그대로 잘려나갔지. 의사는 기타는커녕 정상적인 손 사용도 어려울 거라고 했어.
"이제 기타는 끝이야."
그 말을 들었을 때, 토니는 절망했지. 하지만 그는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어. 우연히 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손가락이 없는 상태에서도 활을 잡고 연주하는 걸 보게 됐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어. 그는 손가락 끝에 맞는 금속 보조기구를 만들었고, 연주법을 바꿨지. 평소보다 낮은 튜닝을 사용하면서 무겁고 둔탁한 리프가 탄생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몰랐겠지. 자신이 바로 ‘헤비 메탈’이라는 새로운 사운드의 창시자가 될 줄은.
철공소에서 날아온 보컬리스트
한편, 오지 오스본은 버밍엄의 또 다른 공장에서 쇠망치를 휘두르고 있었어.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그는 동네 악기 가게 벽에 "보컬 구함"이라고 낙서를 해뒀지.
이 낙서를 본 토니와 빌 워드는 그를 찾아갔어. 그런데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았지. 오지는 해골이 그려진 신발을 신고 있었고, 머리는 마치 감전이라도 당한 듯 헝클어져 있었어. 더 놀라운 건 그의 목소리였어. 마치 유령이 노래하는 것처럼 소름 끼치는 보컬이었지.
"이 친구, 좀 이상한데… 근데 뭔가 있어."
그렇게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고, 밴드를 결성했어. 처음에는 ‘폴카 털크 블루스 밴드 Polka Tulk Blues Band ’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무겁고 어두운 사운드를 만들어 갔어.
그러다 밴드 이름을 ‘어스 Earth ’로 바꿨는데, 어느 날 공연장에 갔더니 똑같은 이름을 쓰는 밴드가 있더라고. 완전 난감했지. 그때 기저 버틀러가 문득 이런 말을 했어.
"사람들은 무서운 영화를 보면서도 돈을 내잖아? 우리도 그런 음악을 해보는 건 어때?"
이 한마디가 밴드의 운명을 바꿨어. 공포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더욱 음산하고 기괴한 음악을 만들기로 했고, 마침내 밴드 이름을 바꿨어. 블랙 사바스. 이름을 지은 것은 기저 버틀러라고 알려져있는데, 1962년 공포영화 ‘블랙 사바스’를 보고 이름을 가져왔다고 하네.
첫 곡을 듣고 도망간 관객들
블랙 사바스의 음악은 기존 록 음악과는 완전히 달랐어.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던 시대에 이들은 어둠과 악마, 죽음을 이야기했거든. 첫 곡을 만들었을 때, 몇몇 사람들에게 들려줬는데 반응이 충격적이었어.
"이건 무슨… 악마가 연주하는 소리야!"
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기겁하며 도망쳤대. 누군가는 진짜 저주에 걸릴 것 같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두 번 다시 이들의 공연장에 가지 않겠다고 했어. 하지만 그런 기괴한 분위기가 오히려 일부 팬들을 사로잡았지.
블랙 사바스의 음악은 한 마디로 기괴하고 무서워. 노래 주제는 죽음과 전쟁, 그리고 주술 등 무겁고 어두운 것 일색이었어. 무서운 음악적 분위기 때문에 악마를 숭상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이들은 악마에 대항하고, 악마를 피하기 위해 항상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녔어.
악마에 대항하는 헤비 사운드를 만들겠다는 이들은, 또하나의 용감한 행동을 하는데, 바로 서양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13일의 금요일에 데뷔 앨범을 발행하는 거야. 1970년 2월 13일, 불길한 금요일에 블랙 사바스의 첫 앨범이 세상에 나왔어. 많은 점성가들은 실패를 예언했지만, 록 음악의 역사가 바뀌었지.
록 스타의 삶, 그리고 문제들
데뷔 후 블랙 사바스는 단숨에 주목받았어. 2집 앨범 'Paranoid'는 대박이 났고, ‘Iron Man’과 ‘War Pigs’ 같은 곡들은 록 팬들에게 전설이 됐어.이후 3집 [Master Of Reality](1971)와 4집 [Black Sabbath Volume4](1972)는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하는데, 블랙 사바스가 정작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건 한 참 뒤였어. 내용이 포악하다는 이유로, 이들이 대마초와 마약을 흡입한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전면 금지되었었거든.
이들이 한국에 상륙하기 시작한 것은 4집에 수록된 'Changes' 란 헤비메탈 발라드부터였다고 해. 이 곡은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봤을 거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지. 이 노래에서는 토니가 기타 대신 피아노를 치는데, 토니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었어. 그런데 2주 동안 연습을 해서 연주를 했다고 알려져 있어. 토니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야. 오지 오스본은 나중에 자기 딸인 켈리 오스본과 함께 이 노래를 개사해서 싱글 앨범을 발매했어. 하지만 블랙 사바스는 정작 라이브에서는 이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다고 해. 공연이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자리를 떠날 때 배경음악으로 녹음된 음악을 틀어준다고 하네. 그러고보니 그런 분위기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이 무렵 블랙 사바스는 투어 공연을 많이 다니는데, 투어 공연에서 오프닝 밴드로 섰던 밴드가 AC/DC, KISS, AEROSMITH 등이었어. AC/DC는 블랙사바스와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얘기도 있어.
이후 1976년에 나온 [Technical Ecstasy]는 큰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 앨범에 수록된 'she's gone' 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단다. 유독 락 발라드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게 한국 사람들이거든.
이들이 유명해지면서 문제도 많아졌지. 특히 오지 오스본은 이미 전설적인 문제아였어. 술과 마약, 기행은 끝이 없었지. 한 번은 호텔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내야 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는데, 오지는 갑자기 비둘기를 집어 들고 생으로 물어뜯어버렸어. 경악한 관계자들은 그를 무대에서 끌어내려야 했지. 또 한 번은 미국 투어 중 호텔에서 경찰이 쫓아오자, 오지는 여장을 하고 도망쳤어. 치마를 입고 힐을 신은 채로 경찰을 피해 호텔 로비를 질주하는 오지의 모습은 지금도 밴드 사이에서 전설로 남아 있어.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이 쌓여서, 오지는 1978년 [Never Say Die]를 끝으로 오지 오스본은 블랙 사바스를 탈퇴해. 사실은 다른 멤버들로부터 쫓겨난 것과 다름이 없었어. 오지 스스로도 자기는 당시 밴드에서 "fired" 됐다고 말해. 사연은 이렇다고 해. 1978년 11월 어느날 미국의 한 도시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오지가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았어. 나중에 알고보니 술에 취해서 호텔에, 그것도 남의 방에 들어가서 뻗어 있었데. 결국 그날 공연에 블랙사바스는 오르지 못했고, 오프닝에 서기로 했던 VAN HALLEN이 무대를 끝까지 채웠다고 해. 이것을 끝으로 오지 오스본은 블랙 사바스 멤버들과 헤어지게 되지.
끝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지만, 오지 오스본이 블랙 사바스에 있었던 시절은 헤비메탈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롤링 스톤>이 2023년에 '가장 위대한 헤비메탈 100곡'을 선정했는데, 이 시기의 블랙 사바스의 노래가 1위(Black Sabbath), 5위(War Pigs), 7위(Iron Man), 13위(Paranoid)에 올라와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이 리스트 20위 안에 레드제플린은 1곡, 메탈리카는 2곡을 올렸을 뿐이야.
여기까지가 블랙 사바스가 오지 오스본과 함께 했던 시절의 이야기야. 로니 제임스 디오가 결합하는 이후 이야기는 Part2에서 다루어 볼께.